끄적끄적

위원개와 위문개 형제

김윤식 2020. 4. 4. 11:45

괴로운 건 괴로운 거고, 닥친 일은 닥친 것일뿐이다.

모처럼 미뤄 두었던 자료들을 두어 건 살펴봤다.

오래 지난 일이라 마치 처음 보는 듯하다.


지나는 길에 지봉 이수광 선생의 대작 <지봉유설> 중에서 흥미를 끄는 글귀를 보았다.

짧은 글에 참으로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아침에 일어나 전거들을 확인해 보고,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지봉 이수광 선생이나 그 아드님 분사 이성구 선생과 동주 이민구 선생 세 부자의 천재성은 참으로 탄복할 뿐이다.

아래 짧은 글귀는 지봉 선생이 얼마나 많은 문헌과 자료들을 섭렵했는지 암시한다.

그 독서량이 얼마나 될까? 아둔한 나는, 지봉 선생의 독서량이 짐작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만 겨우 느낄 뿐이다.

게다가 그 많은 자료와 정보를 단지 두어 줄로 압축해 놓았으니 지봉 선생의 문장력 또한 대가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이 글귀의 기초 자료는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원감국사비문>이고, 두 사람이 형제간이라는 사실은 <원감국사집>이나 <원감국사가송>을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또한 두 사람이 장원 급제자라는 사실은 위의 두 책 말고도 당시까지 전해지던 방목류를 모르고서는 알아낼 수 없다. 위문개는 방목에 '위문개'가 아니라 '위순'으로, '위원개'는 '위문경'으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위순이 초명인지 여부는 알 수 없고, 위문경은 개명한 이름이다.



◆ 지봉유설 권13 문장부6(文章部六) / 동시(東詩)

高麗時魏元凱,文凱長興人也。兄弟俱壯元及第。所謂一家生得兩龍頭者也。元凱後爲僧。號圓鑑。居昇平定惠寺。有詩云。誰知鷄足山中老。曾是龍頭座上賓。又云。落石奔川淸碎玉。入雲層翠冷磨秋。

고려시대에 위원개와 위문개는 장흥인으로, 형제가 모두 장원 급제하였으니 이른바 한 집안에서 두 용두(장원 급제자)가 난 것이다. 위원개는 뒤에 승려가 되었는데, 법호는 원감으로 승평의 정혜사에 머물렀다. 그가 지은 시에 이르기를 "어느 누가 알겠는가 계족산 산중에 사는 늙은이가 예전에 용두회 모임의 귀한 상객임을"이라고 하였다. 또 이르기를 "돌 위로 떨어지는 세찬 시냇물은 옥을 부술 듯 맑은 소리 울리고, 구름에 층층이 감겨 있는 산에 들어서니 가을 기운이 서늘하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