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상락백 익원공 김사형 시권에 짓다 / 변계량

김윤식 2019. 6. 3. 18:15

 

오언절구 25편 분량의 대작이다.

오색 비단이 대단하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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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정선생시집(春亭先生詩集) / 상락백 시권에 짓다

 

題上洛伯詩卷

 

春亭 卞季良

 

系出新羅貴門從上洛昌本深知末茂源遠合流長顯考登黃閣家聲蓋四方巧讒雖太甚盛德竟無傷

天聽寧循枉流言只速亡征夷承帝命杖鉞整戎行令譽傳靑竹威風震大洋蘭孫相繼序棣萼爛生香

積善何曾已流芳自未央慶鍾生碩輔帝遣賚浩汗深滄海魁梧發豫樟謙恭藏氣焰精密盡毫芒

絶足瞻騏驥奇毛識鳳凰憲司初振價宦路會明敭銓選天官貴風流錦帳郞懸魚爭臥轍峨笏四提綱

理劇推張尹懷恩賦召棠應時參化育扶日上穹蒼草昧謀猷密?綸事業彰官高陪衮職權重攝鷹揚

赤舃臨台斗淸風灑廟堂丹靑垂炳炳聲績日煌煌出將親推轂懷綏詎耀鋩濟屯能定社持節用賓王

告老希伊尹安身慕子房沖襟澄古井和氣盎春陽裂土封千戶經邦近十霜成功知戒寵謝病要懷藏

養素居仁宅思玄佩智囊聖心圖任舊臣道重含章大度宜舟楫宏材合棟樑胡公重補闕曺氏再治裝

玉燭調和久金甌姓字芳殷宗稱麴糱周士詠羔羊抑抑群公表顒顒一世望榮名同丙魏世美配袁楊

好德民之性親仁聖所藏先人叨契托外祖借隣光志切邱山仰恩非分寸量偏欣累世久誰效掃門傍

憶昔辰加巳沈綿病在床遐方仍記憶良藥滿中箱擢髮嗟難報鏤肝謾不忘獨行眞踽踽違世自涼涼

靜坐探無始長吟望八荒敢思掀宇宙只合事耕桑帶疾徒成懶貪詩竟作狂朅來參近侍踵武每趨蹌

拙語雖糟粕深情出肺腸祝君惟壽考濟世致平康

 

 

 

 

 

상락백 시권에 짓다

 

춘정(春亭) 변계량(卞季良)

 

系出新羅貴   혈통은 신라에서 나와서 고귀하고

門從上洛昌   가문은 상락공에 이르러 번창하니

本深知末茂   뿌리가 깊디깊어 가지가 무성하고

源遠合流長   샘물은 심원하여 물줄기 유장하네

顯考登黃閣   고조부 상락공이 정승에 오르시고

家聲蓋四方   빛나는 가문명성 천하를 뒤덮으니

巧讒雖太甚   교묘한 참소들이 지독히 심했지만

盛德竟無傷   마침내 덕망에는 훼손이 없었다네

天聽寧循枉   임금이 어찌하여 누명을 따르리오

流言只速亡   허망한 유언비어 한순간 패망하고

征夷承帝命   황제의 명령으로 오랑캐 정벌하니

杖鉞整戎行   부월을 치켜들고 군사를 지휘하네

令譽傳靑竹   명성은 길이길이 역사에 전해지고

威風震大洋   위엄은 당당하게 바다에 진동하니

蘭孫相繼序   빼어난 자손들이 줄지어 태어나고

棣萼爛生香   우애가 무르익어 향기가 피어나네

積善何曾已   적선이 지금까지 끝없이 이어져서

流芳自未央   꽃같이 아름다운 칭송이 영원하고

慶鍾生碩輔   경사가 거듭되어 재상이 태어나니

帝遣賚良   하늘이 보내주신 훌륭한 정승이네

浩汗深滄海   도량은 바다보다 더한층 광활하고

魁梧發豫樟   체구는 예장보다 더더욱 장대하며

謙恭藏氣焰   성품은 겸손하나 기백은 불꽃같고

精密盡毫芒   솜씨는 정밀하여 지극히 예리하네

絶足瞻騏驥   행실은 준마처럼 대단히 걸출하고

奇毛識鳳凰   기품은 봉황처럼 의연히 드러나서

憲司初振價   처음에 헌관으로 진가를 발휘하니

宦路會明敭   때마침 벼슬길에 인재를 등용하네

銓選天官貴   관원을 선발하는 천관에 승진하여

風流錦帳郞   풍류가 넘쳐나는 금장랑 되었으며

懸魚爭臥轍   백성은 떠나가는 수레를 막아서고

峨笏四提綱   대사헌 직책으로 기강을 세우셨네

理劇推張尹   정사는 준엄하여 장창에 비견되고

懷恩賦召棠   은혜를 사모하여 소당을 노래하니

應時參化育   시기에 맞추어서 화육에 참여하여

扶日上穹蒼   태양을 붙들고서 하늘에 올랐다네

草昧謀猷密   건국한 초창기에 포부를 펼치시어

?綸事業彰   천하를 다스리는 경륜이 드러나니

官高陪衮職   벼슬은 우뚝하여 임금을 보필하고

權重攝鷹揚   권한은 막중하여 응양위 관장하네

赤舃臨台斗   제후복 차림으로 정승에 오르시어

淸風灑廟堂   청렴한 기풍으로 묘당을 개혁하니

丹靑垂炳炳   붉은빛 푸른빛이 드리워 번쩍이고

聲績日煌煌   공적은 매일같이 찬란히 빛난다네

出將親推轂   장수로 출정하자 임금이 전송하고

懷綏詎耀鋩   회유에 어찌하여 칼날을 번득이리

濟屯能定社   국난을 해결하여 사직이 안정되고

持節用賓王   태조의 사신으로 명나라 다녀왔네

告老希伊尹   늙어서 퇴직하니 이윤을 동경하고

安身慕子房   한몸을 의탁하여 자방을 사모하니

沖襟澄古井   담백한 속마음은 샘처럼 순수하고

和氣盎春陽   온화한 얼굴빛은 봄볕이 가득하네

裂土封千戶   영토를 나누어서 백작을 봉했는데

經邦近十霜   나라를 경영하여 십년이 가까우니

成功知戒寵   공적을 성취하자 총애를 경계하여

謝病要懷藏   병으로 사직하여 자신을 감추었네

養素居仁宅   본성을 함양하여 자애를 실천하며

思玄佩智囊   이치를 파고들어 지혜를 체득하니

聖心圖任舊   임금이 적임자로 또다시 기용해도

臣道重含章   신하는 아름다운 자질을 숨기었네

大度宜舟楫   도량이 넉넉하면 선박에 합당하고

宏材合棟樑   재주가 뛰어나면 들보에 적합하니

胡公重補闕   호공은 잇달아서 임금을 보필하고

曺氏再治裝   조씨는 거듭하여 행장을 꾸렸다네

玉燭調和久   사계절 조화로운 기운이 이어지고

金甌姓字芳   금사발 덮어씌운 이름이 꽃다운데

殷宗稱麴糱   은나라 고종에겐 술빚는 누룩이고

周士詠羔羊   주나라 선비들은 양들을 노래하네

抑抑群公表   신중한 몸가짐은 관료의 표상이라

顒顒一世望   사람들 우러르며 모두들 흠모하고

榮名同丙魏   영광의 이름이니 병위와 대등하고

世美配袁楊   선대를 계승하니 원양과 필적하네

好德民之性   미덕을 좋아함은 백성의 본성이고

親仁聖所藏   어짊을 선호함은 성인의 품성이라

先人叨契托   일찍이 선친께서 벗으로 사귀었고

外祖借隣光   예전에 외조부도 이웃에 사셨다네

志切邱山仰   간절히 태산처럼 우러러 존경하고

恩非分寸量   은혜를 헤아리기 참으로 어려운데

偏欣累世久   유난히 대대손손 정겹게 지냈으니

誰效掃門傍   대문간 빗자루질 뉘라서 본받으리

憶昔辰加巳   돌이켜 생각하니 지나간 진사년에

沈綿病在床   병마가 심해져서 자리에 누웠는데

遐方仍記憶   멀리서 사시면서 속으로 기억하여

良藥滿中箱   상자에 가득하게 약재를 보내셨네

擢髮嗟難報   머리털 빠지도록 갚아도 모자라서

鏤肝謾不忘   가슴에 아로새겨 잊지를 못하는데

獨行眞踽踽   혼자서 지내려니 참으로 쓸쓸하고

違世自涼涼   세상과 멀어지니 저절로 처량하네

靜坐探無始   조용히 정좌하여 태초를 천착하고

長吟望八荒   느긋이 읊조리며 세상을 바라보니

敢思掀宇宙   우주를 흔들려고 함부로 생각했나

只合事耕桑   오로지 농사짓는 일만이 합당했네

帶疾徒成懶   질병을 앓느라고 한없이 게으르고

貪詩竟作狂   시만 탐하다가 미치광이 되었지만

朅來參近侍   언제나 오고가며 곁에서 모셨는데

踵武每趨蹌   번번이 종종걸음 치면서 따랐다네

拙語雖糟粕   졸렬한 시편이라 찌꺼기 같더라도

深情出肺腸   마음속 깊숙이서 우러난 정이라네

祝君惟壽考   오로지 상락백의 장수를 축원하니

濟世致平康   세상을 구제하여 태평을 이루소서

 

출전 : 춘정선생시집(春亭先生詩集)(국립중앙도서관 3648-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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