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권한공] 권한공 생년 추정자료 01

김윤식 2019. 1. 29. 11:50

권한공 생년 추정자료 01



이미지파일 출전 :  국립중앙도서관 / 졸고천백


代權一齋祭母文

 

月日孤子某敢告亡母故永嘉郡大夫人之靈嗚呼人無不死理豈有長生其短折者已不復言幸而至於壽考間或疾?纏綿臥床呻吟乞絶而不能者多矣至如吾母九十五歲論其平昔其有異於此輩方年十餘歸于我氏至其劬勞二十有二載調琴瑟餘五十年追惟先子公正勤儉天所扶佑七十有五忽焉見背是時母年又七十二自此私心一懼一喜豈知兒年七旬又四而且僥倖身居上相手假省權富貴之極而母尙康寧得終于此嗚呼哀哉玆實聖善夙鍾陰德故受介福以至今日所謂視死如歸胡有歉然於心哉第余一身無姊妹弟兄少從婚官晚泥功名離家去國三十餘年徒倚顯榮是爲養志溫淸旨甘實負中心逮于不諱謂之何哉人或來慰死生之理猶如旦夕皓首丁憂世不多見無以死傷生聖有明誡嗚呼孰知母子方老益篤而不以衰謝而可已乎玆値百日就龍泉佛寺修齋薦福謹用茶果時羞之奠敬告靈筵嗚呼哀哉尙饗

迎魂辭

波沄沄而東注景翳翳以西沉魂敀來兮何所淚承睫以霑襟

送魂辭

若有遇而不睹慨欲聞其無音忽出門而自失竟安究而安尋

 

권일재(權一齋)를 대신하여 지은 어머니에게 드리는 제문

 

모월 모일에 고자(孤子) 아무개는 돌아가신 어머니 고() 영가군대부인(永嘉郡大夫人)의 영령께 감히 고하나이다. , 사람이란 누구나 죽게 마련이니 이치상으로 볼 때 어찌 장생불사(長生不死)하는 이가 있겠습니까. 요절하는 사람이야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다행히 오래 사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가운데는 간혹 질병에 걸려 병상에서 신음하면서 목숨을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님께서는 아흔다섯 해를 사셨는데, 일평생을 논해 보면 이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10여 세에 우리 집안에 시집을 와서 22년 동안 나를 키웠고 50년 동안 부친과 함께 사셨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건대 선친께서는 공정(公正)하고 근검(勤儉)하신 분으로 하늘의 도움을 받아 75세까지 사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이때 어머니의 연세가 또한 72세였습니다. 이로부터 나는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모셔 왔으니, 그 아들이 74세가 되고 또 요행히 상상(上相)의 자리를 차지하고 정동행성(征東行省)의 권한을 손에 쥐어 더없는 부귀를 누릴 때까지 어머니께서 여전히 건강한 몸으로 사시다가 이번에 생을 마치게 되실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 슬프도다. 이는 실로 어머니께서 일찍이 음덕(陰德)을 모았기 때문에 큰 복을 받아 오늘에 이른 것으로, 이른바 죽음을 집으로 돌아가는 듯이 여긴다.[視死如歸]’는 말에 해당될 터이니, 어찌 마음속에 유감이 있겠습니까.

다만 나는 형제자매가 없는 홀몸으로 젊어서는 처가살이와 벼슬살이에 매달리고 만년에는 공명심에 빠져 집과 나라를 떠나 30여 년 동안 부질없이 높은 관직에만 의지해 살아왔으니, 이것은 부모의 뜻을 받드는 양지(養志)에는 해당되겠지만 철에 맞추어 어머님의 거처를 살피고 맛있는 음식을 올리는 일에 있어서는 실로 마음을 저버리고 만 것이니, 돌아가신 지금에 와서 말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나에게 와서, “삶과 죽음의 이치는 마치 조석(朝夕)의 변화와 같고, 백발의 나이에 부모상을 당하는 것은 세상에 흔치 않는 일이며, 죽음 때문에 삶을 해치지 말라고 하신 성현의 분명한 가르침도 있다.”는 말로 위로하기도 하였습니다. , 모자(母子)간의 정이 늙어갈수록 돈독해져서 노쇠했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없는 일임을 그 누가 알겠습니까.

이번에 돌아가신 지 백일째 되는 날을 맞아 용천사(龍泉寺)에서 재()를 올려 복을 빌고 삼가 다과(茶果)와 시수(時羞)를 마련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영연(靈筵)에 고합니다. , 슬프도다. 흠향하소서.

 

영혼사(迎魂辭)

물결은 휘감으며 동쪽으로 흘러가고 / 波沄沄而東注

햇빛은 어둑어둑 서쪽으로 저무는데 / 景翳翳以西沈

혼령이시여 어디에서 오셨나이까 / 魂歸來兮何所

눈물이 속눈썹을 타고 옷깃을 적십니다 / 淚承睫以霑襟

 

송혼사(送魂辭)

마치 만난 듯한데도 보지를 못하여 / 若有遇而不睹

서글피 혼령의 소리나마 듣고 싶습니다 / 慨欲聞其無音

홀연히 문을 나서 망연자실 바라보지만 / 忽出門而自失

마침내 어디에서 찾아뵌단 말입니까 / 竟安究而安尋


<각주>

[-D001] 권일재(權一齋) : 일재는 권한공(權漢功 : ? ~ 1349)의 호이다. 본관은 안동(安東)이며, 충렬왕 때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충선왕을 따라 원나라에 가서 왕으로부터 총애를 받았으며, 충선왕이 즉위한 후 밀직부사(密直副使)와 첨의평리(僉議評理)를 역임하였다. 최성지(崔誠之)와 함께 인사권을 장악하여 많은 뇌물을 받은 일로 인해 이사온(李思溫), 김심(金深) 등으로부터 탄핵을 당해 투옥되기도 하였다. 충선왕이 양위한 후에는 원나라에 가서 이제현(李齊賢)과 함께 만권당(萬卷堂)에서 독서하며 문명(文名)을 떨치기도 하였다. 충선왕이 토번(吐蕃)으로 유배된 후 충숙왕에 의해 구금되어 장류(杖流)되었으나, 원나라 황제의 명으로 풀려나온 뒤 그에 대한 복수로 심양왕(瀋陽王) ()를 옹립하고 충숙왕을 폐위시키려 하다가 실패하였다. 마지막 관직이 도첨의정승(都僉議政丞)에 올랐고 예천부원군(醴泉府院君)에 봉해졌다. 시호는 문탄(文坦)이다. 고려사에서는 그의 열전을 간신전(姦臣傳)에 수록하고 있다.


[-D002] 고자(孤子) : 부모상을 당한 사람이 자신을 지칭한 때 부르는 이름이다. 후대에 와서는 부친상을 당한 경우에는 그대로 고자(孤子)라 하고, 모친상을 당한 경우에는 애자(哀子)라고 하였다.


[-D003] 22…… 키웠고 : 국역 대본의 원문은 至其劬勞二十有二載인데 문맥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외아들인 권한공이 22세에 결혼할 때까지 키워주었다는 뜻인지, 아니면 전처 소생인 자신을 22년 동안 키워주었다는 말인지 불확실하다.


[-D004] 한편으로는 …… 모셔왔으니 : 논어(論語)이인(里仁)부모의 나이를 몰라서는 안 되니,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두렵다.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하였는데, 이에 대해 주자(朱子)가 주석을 붙이기를, “늘 부모의 나이를 기억하고 있으면 부모가 장수한 것에 대해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노쇠한 것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여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동안 효성을 다하려고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노력하게 된다.” 하였다.


[-D005] 상상(上相) : 재상(宰相) 가운데 가장 높은 재상으로, 권한공이 도첨의정승(都僉議政丞)을 지낸 것을 가리킨다.


[-D006] 처가살이와 벼슬살이 : 국역 대본에는 婚官으로 되어 있는데 동문선(東文選)에는 자가 자로 되어 있다. 판각상의 오자로 판단되어 자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당시에 결혼을 하면 처가에서 생활하는 풍속이 있었으므로 결혼과 관직 생활로 집을 떠났음을 말한 것이다.


[-D007] 죽음 …… 가르침 : 예기(禮記)상복사제(喪服四制)에 의하면, 아버지나 임금이 돌아가실 경우 사흘이 지나면 밥을 먹고 석 달이 지나면 목욕을 하고 1년이 지나면 연복(練服)을 입는데, 애훼(哀毁)하면서도 목숨을 잃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은 죽음 때문에 삶을 해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D008] 시수(時羞) : 해당 계절에 나는 음식을 이른다.


■ 글자료 출전 : 한국고전번역원 / 고전번역서 / 졸고천백 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