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관을 보내어 돈유하심을 삼가 받들고,
신은 읽기를 마치기도 전에 감격의 눈물이 저도 모르게 떨어집니다.
신은 도리상 의당 빨리 궐문으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서 대죄해야 하나,
또 나아가기 어려운 뜻이 있어 부득이 죽음을 무릅쓰고 아뢰는 것입니다.
신하가 임금을 위해 마땅히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해야 하지만,
임금도 신하에게 또한 신하 부리는 예법을 다해야 합니다.
이른바 예법을 다한다는 것은
한갓 그 신하에게 겉으로만 예우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들어 주고 계책을 써 주어
시국의 어려움을 함께 구제하는 것이요,
이른바 충성을 다한다는 것은
한갓 임금의 뜻대로 순종하는 것만이 아니라,
도리로써 임금을 섬기다가
자신의 의견을 들어 주지 않으면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임금과 신하의 의를 평범하게 논한 것뿐입니다.
전하와 신에게 있어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 번 말해서 쓰지 않으면 반드시 다시 말하고,
한 번 간언해서 듣지 않으면 반드시 다시 간언하여,
기어코 반드시 시행하고 반드시 들어 준 다음에
그만 두는 것이 이 신의 직분 안의 일입니다.
그러므로 진실로 한 가지 깨닫는 것이 있으면 입이 쓰도록 힘껏 말하고
여러 번 다투어도 들어 주지 않거든 탑전에서 울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고도 오히려 그칠 줄을 몰랐으나 성상께서 마침내 깨닫지 못하시니,
조정의 신하들도 저의 미치고 망령됨을 비웃었습니다.
이로써 신의 말이 후일에는 아무리 징험이 있을지라도 눈앞에는 미치지 못해
한갓 신의 몸에 해만 불러들일 뿐,
성패의 수(數)에는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의 거취는 국가에 경중이 되지 못함이 분명합니다.
昨日伏承遣禮官敦諭。臣奉讀未訖。不覺感淚先零。
臣禮當馳詣闕門。伏地待罪。而抑有難進之義。不得不冒死陳瀆。
臣之於君。當盡死君之忠。君之於臣。亦盡使臣之禮。
所謂以禮者。非徒禮貌其臣。乃言聽計用。共濟時艱也。
所謂以忠者。非徒承順其君。乃以道事君。不聽則去也。然此則泛論君臣之義而已。
至於殿下之於臣則不然。一言而不用。則必更言之。一諫而不聽。則必更諫之。期於必用必聽而後已。是臣職分內事。
故苟有一得。苦口極言。屢爭不聽。則以至榻前涕泣。猶不知止。
而聖明終不覺悟。廷臣笑其狂妄。以此臣言雖驗於日後而無及。目前徒爲招害於臣身。而無益成敗之數。
然則臣之去就。其不爲輕重於國家明矣。